요약
200개 이상의 포지션에 지원, 8개 회사와 면접 진행, 3곳 최종 합격
생애 첫 ‘리트코드 스타일’ 코딩 인터뷰 통과 비법
시스템 디자인 면접 준비
2025년 1월 Meta 입사
뉴욕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 시장
뉴욕은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한 전통 금융권부터 뉴욕타임스, 월트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 FAANG+ 기업들의 뉴욕 오피스, 그리고 의외로 정말 많은 스타트업들이 있다. 실리콘밸리와 달리 투자/금융 회사가 주도하는 편이다. 뉴욕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주는 곳이 시타델, 투시그마, 제인스트리트 같은 헤지펀드나 트레이딩 회사라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일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입장에선 테크 기업 채용 포지션이 샌프란/베이 지역보다 제한적인게 아쉬운 부분이다. 아마존은 두 달 넘게 뉴욕에 포지션이 열리지 않다가 트위치TV 포지션이 열렸지만 시기가 너무 늦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구글은 두 개, 애플은 한 개 밖에 없었다. 메타도 멘로 파크 본사에 비해 뉴욕 오피스는 채용 규모나 팀 선택권이 훨씬 작아 보인다.
이렇다 보니 이주까지 고려해서 샌프란시스코 회사 면접도 봤다. 어차피 면접은 전부 화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현재 위치는 지원 과정에서 아무런 상관이 없었고, 보통 리쿠르터 스크리닝에서 근무 위치를 확인하고 만약 다른 도시로 출근해야 한다면 relocation 의사에 따라 진행을 결정한다. 다행히 뉴욕에 남을 수 있게 됐다.
매력적인 포지션은 많은데 면접 기회가 없다.
가장 목표로 삼았던 회사들은 뉴욕 핀테크 회사들이었다. PayPal/Venmo, Square, Block/Cash App, Amex, Bilt, Capital One 등 가고 싶은 회사들은 많았다. 그러나 신속히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채용 공고에 비자 스폰서 안한다고 명시한 곳이 많았고 서류 통과한 몇 안되는 회사마저 스크리닝에서 비자 상황을 확인한 뒤 대부분 연락두절 됐다.
현실을 직시한 후엔 직군에 맞는 포지션을 찾는 족족 지원했다. 몇 시간 만에 수 십 명이 몰리고 몇 일 후에는 수 백 명이 지원했다. 지금 채용시장이 얼마나 치열한지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링크드인에서 ‘Open To Work’로 표시해놓으니 리쿠르터한테 메시지가 와서 면접을 보게 된 곳도 있었고 예전 동료가 소개해준 헤드헌터가 진행해준 곳도 있다.
결국 면접 단계까지 진행된 회사는 총 8곳으로 Meta, Amazon, Patreon, DoorDash, 삼성이 인수한 오디오 회사 Harman, 유튜버 뉴욕주민님의 Project Pluto, 암호학 관련 Series A 스타트업, 그리고 C사였다.
LeetCode 포기자가 코딩 인터뷰를 통과한 비법
경력을 통틀어 이른바 ‘리트코드 스타일’ 알고리즘 문제를 푸는 코딩 테스트를 통과해 본 적이 없다. 카카오와 배민 신입 공채, 구글 인턴에 지원해서 모두 광탈했고 여기에 소질이 없다고 선을 긋고 살았다. 코딩 테스트를 보는 회사는 가급적 지원조차 안했다. 하지만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한 달이 지난 후 잡힌 면접은 C사와 Meta 두 곳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코딩 인터뷰에 다시 한번 도전했다.
이전에는 어떻게든 풀어보겠다고 문제 하나를 한 시간 넘게 붙잡고 있다가 결국 포기하는 것의 반복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면접이 불쑥 잡혀버렸으니 여유있게 준비할 수가 없었다. 이게 오히려 행운으로 작용했다. 문제 하나를 10분 정도 시도해보고 풀리지 않으면 바로 답을 확인했다. 풀이를 이해한 뒤 최대한 암기했다.
이렇게 60문제 정도 해답을 외우듯 풀고 나니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처음 보는 문제도 풀어내거나, 최소한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게 됐다. 처음 있는 일이었고 이때 비로소 희망이 보였다. 탄력을 받아 Meta 온사이트 전까지 약 140 문제 정도 풀었고, 덕분에 Meta 코딩 인터뷰 뿐 아니라 이후에 잡힌 Amazon과 여러 회사의 코딩 인터뷰를 통과할 정도의 풀이 능력과 자신감이 생겼다.
미국 취업에 필수, 시스템 디자인 인터뷰
또 다른 난관은 System Design이라는 생소한 면접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Design Ticketmaster”, “Design Uber”, “Design Facebook Feed”처럼 특정 제품이나 기능을 설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면접이다. 미국에선 널리 퍼진 포맷인거 같다. 8곳 중 5개의 회사가 시스템 디자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내 전문 분야인 모바일 앱 관련 자료는 온라인에서 찾기 어려웠고, 그마저도 품질이 낮아 초반에 방향을 잡는데 고생을 많이 했다. 다행히 아래 웹사이트들을 발견했다. HelloInterview(YouTube, Website), Jordan has no life(YouTube), iGotAnOffer(YouTube, Website) 등이다. HelloInterview 창업자 Evan King을 링크드인에서 팔로우하면 값진 팁들을 많이 얻을수 있다. 테크 기업들이 자체 운영하는 공식 테크 블로그도 참고를 많이 했다.
유료 모의 면접도 10번 이상 진행했다. 회당 $250이 넘는 비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됐기에 아깝지 않은 투자였다. Meta, Google, Microsoft, LinkedIn 출신 개발자 및 매니저로부터 받은 상세한 피드백과 코칭 덕분에 부족한 점을 많이 보완할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앱들을 설치해서 기능 구석구석 살펴봤다. 개발자 모드로 네트워크를 차단하거나 속도를 느리게 해보고,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동작하는지 연구했다. 이런 식의 Reverse Engineering 과정은 면접 준비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재밌었고 실제 업무에도 써먹을 만한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다.
다양한 포지션에 도전하다.
네이티브 모바일 앱 개발자로 대부분의 경력을 쌓았지만 채용 시장이 좋지 않으니 가능성을 좀 더 열어두려고 Flutter 개발자 포지션으로도 두 군데 면접을 봤고 한 군데 최종 합격 했다. 모바일 앱이라는 도메인 내에서 다른 언어와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는건 큰 차이는 아니었다.
심지어 풀스택 개발자 포지션으로도 면접을 봤다. 인터뷰 포맷이 특이했는데, 2시간 과제 하는 동안 화면 공유를 해놓고 면접관이 실시간으로 모든걸 지켜봤다. 면접은 떨어졌지만 과제 종료 직후 그 자리에서 면접관이 상세하고 솔직한 피드백을 해준건 신선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구직 기간을 돌아보며 남은 생각
리모트 포지션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Return To Office 물결을 체감했다.
대기업보다 오히려 작은 기업들의 면접 절차가 더 많고 오래 걸렸다.
면접 자료 찾다가 구직자들이 모여있는 Slack, Discord 채널들을 알게 됐는데 친구 몇 명을 사겼다. 요즘 구직 중인 개발자가 정말 많다. 정보 교류도 하고 쌍방 모의 면접도 해주고 응원하면서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 수 있었다.
레퍼럴이 의미가 있는지 의구심이 생겼다. 시장이 워낙 안좋아서 그럴수도 있고, 요즘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모르는 사람도 레퍼럴로 넣어주는 일이 늘어서 의미가 퇴색된 것도 한 몫 하는거 같다. 레퍼럴로 지원했지만 아예 무응답인 곳들도 여럿 있었다.
비자 문제로 고민 중이라면 하루 종일 인터넷 검색 하는것보다 이민 변호사와 30분 상담하는 편이 훨씬 낫다. 첫 상담은 무료로 해주는 변호사님들이 계시다. 이민법과 비자 관련 정보는 온라인 정보의 정확도가 대체로 낮다는걸 배웠다. 사람마다 이력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의 맞춤 상담이 가장 효과적이다.
면접 준비에 도움이 된 자료 모음
코딩 인터뷰: LeetCode Premium, Grind75, ChatGPT
면접 후기, 연봉 정보: Reddit, Levels.fyi, LeetCode Discuss 탭, Blind 앱, Glassdoor,
유료 모의 면접: HelloInterview, Prepfully, iGotAnOffer
시스템 디자인(유튜브): HelloInterview, Jordan has no life, iGotAnOffer, Evan King
테크 블로그: Engineering at Meta, LinkedIn Engineering, IBM Developer, AirBnB Tech Blog, Netflix Tech Blog 등
마무리하며
지원 시작부터 입사까지 6개월이 걸렸다. 미국에서는 한국보다 훨씬 긴 호흡과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는걸 느꼈다. 이 과정에서 친구, 가족, 그리고 새로 알게된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해외에서 생활하다 보면 주변 도움을 받을 기회가 더 적은 만큼, 도움을 받았을 때 고마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혼자서 해내시는 분들도 많은데 정말 존경스럽다.
다행히 조금씩 미국 고용 시장이 좋아지고 있다. 2025년에도 이 흐름이 이어지길 바라고 기업들이 자리를 잡아 고용 안정성도 좀 높아졌으면 좋겠다. 얼마나 힘들게 들어갔는데 금세 레이오프 당하고 싶지 않다. 다만 불확실한 경제 환경이든 새 미국 대통령의 이민 정책이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직장에서 한 해를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