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진학 이유
석사 학위를 따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딱 하나만 있는건 아니었고, 여러 이유들이 모여 시작하게 됐습니다.
(1) 미국 취업을 위한 발판
당시 저는 뉴욕의 한 스타트업에서 프로그래머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회사의 경영난으로 인해 이직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자 문제, 고용 시장 악화 등으로 구직/취업을 쉽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취업을 못했을 경우를 대비해 최소한 대학원이라도 다니면서 미국 생활을 이어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하면 일도 할 수 있기에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고 석사 진학을 고려했습니다.
(2) 깊이 있는 지식의 갈증
비전공자로 시작해 프로그래머로 8년 가량 모바일 앱 개발을 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다음 10년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잠재력을 키우고 실력의 깊이를 다지려면 더 배워야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존경하는 장인 어른이 ‘노 서방, 인생에서 공부를 놓으면 안된다, 공부를 계속 이어가라’고 틈틈이 말씀해주신 것도 영향이 컸습니다. 아내도 적극 지원해주겠다고 하여 다양한 석사 프로그램을 찾아봤습니다. 몇 가지 후보로 추렸던 것들은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금융 분야 석사, 엔지니어링과 매니지먼트가 결합된 SDM, 또는 가장 무난한 컴퓨터과학 등이 있었습니다. 다시 학생 신분이 되는 것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오랜만에 새로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레기도 했습니다.
(3) 장기적인 커리어 발전
조지아텍 M.S. CS는 아내를 통해 알게됐습니다. 아내는 2022년에 해당 프로그램으로 석사를 취득하고 Senior Data Scientist로 Citibank 본사에 취업을 했습니다. 취업 과정과 회사 생활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조지아텍 학위가 미국에서 큰 가치를 가진다는 걸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미국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갈거라면 조지아텍 컴공 석사가 제게도 도움이 될거라 생각하게 됐습니다.
온라인 vs 온캠퍼스
여러 석사 프로그램들을 비교하다가, 아직 타 주로 이사할 생각은 없었으므로 온라인으로 다닐 수 있는 조지아텍 OMSCS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조지아텍 컴공 석사는 캠퍼스에서 다닐수도 있고 전면 온라인으로 학위를 취득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공식 학위에는 이 둘의 구분이 없습니다. 온라인이라고 해서 더 쉬운게 아니라는 뜻인거 같습니다.
입학은 쉽지만 졸업은 어려운
입학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합격률은 꾸준히 올라 최근에는 지원자의 90%가 합격하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통계를 들여다 보겠습니다. 2024년 자료입니다.
총 38,576명이 등록, 현재 다니고 있는 학생은 13,321명, 졸업생은 11,022명, 14,233명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휴학 또는 중도포기자입니다.
포기자(휴학 또는 중도포기)의 55%는 수업 2개를 채 듣기도 전에 그만 둡니다.
지원하기
석사 프로그램에 지원하기 위해 별도로 시간을 투자해서 준비해야 했던 두 가지는 (1) 영어 시험 성적과 (2) 추천서 입니다. 영어 시험은 토플이나 아이엘츠 등의 선택지가 있고 저는 아이엘츠를 선택해서 집 근처 대학교 시험장에서 점수를 땄습니다.
경력자는 academic, professional 추천서 두 종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Academic의 경우 넥스트에서 지도해주셨던 교수님들에게 부탁드렸고, professional은 예전 직장 매니저에게 요청했습니다. 추천서에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성실하고, 뛰어나고 이런게 아니라 컴퓨터과학 배경지식이 얼만큼 있는지 증언을 해줘야한다는 점입니다.
수업 난이도 및 공부량
수업의 난이도는 개인별, 수업별 천차만별입니다. 컴퓨터과학 관련 사전 지식에 따라 달라지고, 또한 수업별 과제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OMSCentral에서 과거 수강생들이 자발적으로 등록한 평점, 난이도, 공부 투입 시간 등을 확인해볼 수 있는데 수업마다 정말 다르고, 같은 수업이라도 학생마다 후기가 극과 극입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비전공자이면서 난이도 있는 수업(AI, Advanced Algorithm 등)을 들어보고 싶다면 일주일에 20시간을 투입해도 버거울 수 있습니다. 반면에 학부 전공자이거나 현업 경력 있는 사람이 쉬운 과목을 듣는다면 일주일에 2~3시간만 투자해서 A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목표 설정의 중요성
OMSCS를 졸업하려면 수업을 최소 10개(30학점)를 들어야 합니다. 수업 10개를 어떻게 채우고 무엇을 배워갈지, 몇 년을 투자할지는 본인이 설계하기 나름입니다. 6개의 Specialization이 있어서 큰 틀은 제공해줍니다
OMSCS 졸업자들의 평균 소요 학기가 10학기이니 한 학기당 수업 한 개 듣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풀타임 온캠퍼스 학생들이 3~4개씩 듣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Fall, Spring 정규 학기와 기간이 짧은 Summer 학기로 1년이 이뤄져 있습니다. 따라서 평균 3년 반 정도가 걸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학기에 수업 한 개만 수강하면서 3.5년을 투자할 수도 있고, 빠른 학위 취득을 목표로 한 학기에 두 과목씩 들을 수도 있지만 일상은 더 힘들어지겠죠. 이렇게 개인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
2025년 가을에 입학하여 현재 두 학기를 마치며 9학점을 이수했습니다. 졸업까지는 최소 2년 이상 남았지만,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양한 과목 중 관심 가는 주제를 선택하기도 하고, 비교적 쉬워 보이는 과목을 듣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들은 세 과목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현업에 종사하면서도 따로 배우기 어려운 주제를 공부할 기회가 값지게 느껴지고, 경력이 쌓이다보면 안주하게 되는 Comfort Zone을 벗어나게 해주는 자극제가 됩니다. 직장과 병행하는게 쉽지 않아 1년에 3학기를 전부 수강하기는 어려워보이지만 계속 해나갈 계획입니다.
혹시 온라인학위는 OPT 안 나오지 않나요??
OPT 받으려면 미국에서 최소 1년 학생으로 체류하고 있어야 한다고 들어서 여쭤봐요!!
현재 Georgia Tech OMSCS 입학을 고려중인 사람으로서 많은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제가 젊을 때 대학생 시절 IELTS를 준비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당시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었습니다. 지금은 나이도 들고 암기해야 하는 과목을 준비하려 하니 두려움이 앞서네요. IELTS는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그 준비 과정이 많이 어려웠는지 궁금합니다.